부동산 회복기와 맞물려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다시 횡행하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들이 기존보다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커 실수요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은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대출금 대비 80% 이하로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3대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은 90~100%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제도 손질에 나선 이유는 집값 급등기에 전세보증 제도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올해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SGI의 전세대출 개인금융신용보험 손해율도 지난 6월 기준 72.6%로 집계되며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3~4년간 전세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매매시장의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면서 "전세대출과 관련한 보증비율 조정 등 모든 조치가 테이블 위로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당국에서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언제든 추가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정책을 시행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보증기관이 보증비율을 낮추면 금융사가 부담해야 하는 무보증 비율이 커지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든 만큼 실수요자의 추가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에서는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예외 조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일선 창구에서 전세대출 실수요자와 갭투자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오는 11월 1만2000가구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에 나서며 혼란을 빚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지 못하도록 막아 갭투자 등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당장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는 잔금을 치르는 데 지장이 생긴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지난해 5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대비 150%에서 126%로 강화하자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많이 생겼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보증비율을 낮추게 되면 새로운 세입자의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역전세 등 부작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