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칼럼] 미중 경쟁과 동남아시아-인도의 새로운 기술 동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입력 2024-09-22 09:1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미중 기술 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과 같은 주요 기술 산업 국가들은 어느 한쪽에 동맹할지에 대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기술 질서를 위협하며, 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재조정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서 양극화될 위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지역은 미중 기술 전쟁의 주요 초점 중 하나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에서 비롯된 위험을 완화하고,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와 같은 신흥 기술 강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흐름은 최근 싱가포르와 인도, 말레이시아와 인도 간의 정상 회담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로렌스 웡 총리와 양자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 정상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인도-싱가포르 반도체 생태계 파트너십(ISSEP)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두 정상은 싱가포르의 선도적인 반도체 기업 AEM을 방문해 반도체 부문의 기회를 탐색했다. 이번 방문에서 양측은 경제 안보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기로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글로벌 칩 인재 전쟁 속에서 인력개발에도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싱가포르-인도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으며, 반도체가 처음으로 양국의 양자 파트너십의 중심에 놓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 회담은 싱가포르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기술 전쟁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웡 총리는 최근 미중
간의 갈등이 싱가포르에게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인도를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술 파트너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의 최고 지도자들과 정책 커뮤니티는 인도의 신흥 기술 역량이 싱가포르가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도 최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이 회담은 말레이시아-인도 관계 강화와 미중 기술 전쟁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양자 관계 측면에서, 이 회담은 매우 중요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가 인도의 국내 문제에 대해 비판했던 2019년 이후 두 나라의 관계가 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도 정부는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의 지위를 변경했으며, 이로 인해 긴장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이제 인도를 중요한 신흥 기술 강국으로 인식하고, 인도와의 관계를 새롭게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는 또한 미중 기술 경쟁을 고려해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미중 기술 전쟁에서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인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BRICS의 영향력 확대와 발맞추고자 한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며, 2024년 5월에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의 풍부한 인력을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가 반도체 산업에서 겪고 있는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도는 말레이시아에 낯선 나라가 아니며, 이미 약 14만 명의 인도 출신 노동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핵심은,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 간의 새로운 기술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냉전 시기 동안 동남아 강국들과 인도를 포함한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초강대국 간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중립적인 길을 모색했던 남남 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의 새로운 모습이다. 이러한 동맹은 이들 국가들이 지역 협력을 촉진하고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도의 전략적 위치는 이 새로운 파트너십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인도를 중요한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미래 글로벌 경제 및 기술 질서를 재편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박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Managing Editor, Journal of Indian and Asian Studies (World Scientific, Singapore)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