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가 24일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과 정책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계약금 비율을 일제히 내린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제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올해 목표로 한 5%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p) 인하해 시장에 1조 위안(약 189조원)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기 때문에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인민은행은 디플레 압력 속 재작년과 작년 각각 2차례씩 지준율을 인하했다. 올해 초에도 0.5%p 한 차례 더 내렸다.
판 총재는 "이번 인하 조치로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6.6%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봐서 연내 적절한 시기에 추가로 지준율을 인하할 수 있다며, 향후 인하 폭을 0.25~0.5%p로 예상하기도 했다.
판 총재는 공개시장 조작에 사용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현재 1.7%에서 1.5%로 0.2%p 내린다고 발표했다. 앞서 7월 인하 폭(0.1%p)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역레포 금리가 낮아지면 중앙은행의 예치금으로 돈이 덜 몰려 시중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는다. 인민은행은 전날엔 1.95%였던 14일물 금리를 1.85%로 낮추고 745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판 총재는 "이번 금리 조정에 따라 LPR과 예금 금리의 동반 하락을 유도하고 시중은행의 순이자 마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약 0.3%p 정도, 대출우대금리(LPR)·예금금리는 0.2%~0.25%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판 총재는 침체된 부동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도 쏟아냈다. 우선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인하 폭을 약 0.5%p로 예상했다. 현재 중국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약 3.92%인데, 여기서 0.5%p 더 낮은 3.4% 정도로 내려갈 것이란 이야기다.
주택구매 계약금 비율 상한선도 낮추기로 했다. 판 총재는 "제2 주택 구매 계약금 비율을 기존의 25%에서 제1주택 구매 계약금 비율과 동일한 15%까지 내린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5월 제1주택과 2주택 구매 계약금 비율을 기존의 각각 20%·30%에서 15%·25%로 인하한 바 있다.
지난 5월 발표한 3000억 위안 규모의 보장성 주택 재대출 프로그램에서 인민은행의 자금 지원 부분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보장성 주택 재대출 프로그램은 인민은행이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에 3000억 위안 규모의 재대출을 제공해 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는 보장성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날 판 총재는 재대출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60%였던 인민은행 대출지원 비율을 100%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판 총재는 이날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한층 더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 조정 강도와 정확성을 높일 것"이라며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고품질 성장을 위한 양호한 통화·금융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이번 금융·부동산 지원 대책은 시장 예상보다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부양책 발표 직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장중 최고 1% 넘게 뛰기도 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p 큰 폭 낮추며 디플레 압력에 직면한 중국 지도부의 정책 운용 여지가 넓어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베키 류 스탠다드차타드의 중국 거시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정책)금리와 지준율 인하가 동시에 발표됐다"며 "예상보다 더 과감한 통화정책 완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에 따라 앞으로 중국이 분기별로 추가로 더 강력하게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인민은행의 이번 금융·부동산 지원 대책은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5%)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8월 소비·투자·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제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진 데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도 장기화하면서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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