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산업은행(산은)의 법정자본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수요가 늘어가는 가운데 산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그대로라 자금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5일 정무위원회를 열고 산은의 법정 자본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10조원 증액하는 내용을 담은 ‘산은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소위원회에 회부해 논의하기로 했다.
최근 해외 각 나라들이 자국의 첨단산업지원을 위해 정부 재정뿐 아니라 정책금융을 통한 대규모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해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산은은 법정자본금 이내에서 정부가 출자하는 납입자본금을 기반으로 산업의 개발·육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촉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는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산은의 법정자본금은 2014년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된 뒤 10년 동안 증액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산은의 자본금은 26조3000억원으로 법정자본금 대비 87.6%가 집행됐다. 정부의 17조원 규모 반도체 대출 프로그램를 위해 1조7000억원의 추가 증자가 예정된 상황에서 증자를 마치면 한도가 2조원 수준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산은은 법정자본금 상향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주년 기자회견에서 “산은법 개정을 통해 자본금 한도를 60조원으로 증액하는 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또한 산은의 법정자본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정무위원회에 산은 수권자본금을 현행 30조원에서 50조원으로 확대하는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자금 수요가 지금처럼 증가하고, 이익잉여금·배당성향이 현재 수준인 경우 2033년까지 납입자본금 2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병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산은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정책자금은 산업을 육성하고 산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며 “다만,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자본금 증액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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