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고물가·고금리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유통·물류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향후 성공 전략을 모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빅블러 시대, 유통 물류 기업의 성공전략'을 주제로 유통·물류 위원회 합동회의를 했다.
회의에는 정준호 대한상의 유통위원장(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 신영수 물류위원장(CJ대한통운 대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 김재면 한국수퍼체인 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유통·물류기업 최고경영자(CEO) 50여명이 참석했다.
신 물류위원장도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스마트 물류시스템 도입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블러 시대 성공전략에 대한 유통·물류 전문가들이 발표도 했다. 강연을 맡은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전 유통학회 회장)는 "최근 AI 등 혁신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통과 물류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며 "유통·물류산업은 기술, 사회, 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교수는 "이를 위해 유통과 물류 부문의 융합적 사고와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빅블러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통계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경 인하대 교수(전 로지스틱스학회 회장)는 "이커머스에서 물류기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유통기업이 물류를 오히려 주도하는 상황"이라며 "정보기술(IT)·플랫폼이 모든 비즈니스를 빨아들이는 디지털 골드러시 시대에 물류기업들은 '픽 앤 셔블'(Pick and Shovel)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픽 앤 셔블 효과는 골드러시가 이뤄진 19세기 금을 채굴하는 것보다 곡괭이와 삽을 파는 것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류기업이 유통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직구와 역직구, 이커머스의 물류 부문 관리, 실행 및 풀필먼트(통합물류)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며 "물류기업의 수익 원천이 다변화되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물류 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각자의 강점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상근부회장은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유통 및 IT 기업이 물류 비즈니스로 확장하고, 동시에 물류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위원회가 유통물류 산업의 변화상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유통물류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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