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특수에 힘입어 출판계 전반에 오래간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출판 업계에서는 이번 특수가 '포스트 한강' 육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통한 한국어 문학시장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만에 100만부 판매 달성…2002년 이후 첫 특수
16일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종이책만 103만2000부가 판매됐다.서점별로는 예스24가 43만2000부, 교보문고가 36만부, 알라딘이 24만부를 각각 판매했다. 전자책까지 합치면 모두 총 110만부가 팔려나갔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 책이 불티나게 팔리며 단 6일 만에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판매 100만부를 돌파하는 데 약 8개월이 걸린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판매 속도는 유례 없는 일이다. 올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세이노의 가르침'도 100만부를 판매하는 데 1년 4개월이 걸렸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한강 열풍이 거세다. 주오사카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이날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열린 ‘한국 문학 해외 진출 관계기관 회의’에서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이후 일본에서 보도가 정말 많이 됐다. 궁금해서 책방에 나가보니 책이 10권 남짓 남아 있더라”며 “인기의 척도는 문고본인데, 한강 작가의 ‘흰’이 문고본으로 나와 있다. (일본에서 한국 문학이) 상당히 대중화가 됐고, 많이 읽히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포스트 한강? 예산 확충 전제돼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삼아 '포스트 한강'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제2 한강 작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국어 문학 시장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독서율이 낮기 때문에 개성은 있으나 독자가 많지 않은 작가가 책을 내서 인세를 받고 다음 책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 나눔 사업 예산이 확대되면 더 많은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며 문학나눔 독서보급, 공공대출보상권, 출판계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 등의 확대 및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단행본 시장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책들이 나와야 제2, 제3 한강이 나올 수 있다"며 "한국어 문학 시장의 다양성이 갖춰지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육호수 문학평론가는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쓸수록 가난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젊은 평론가들이 지금 막 나오는 2024년 작품들을 (우리가) 왜 읽어야 하는지 등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평 담론장에 대한 지원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주철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글 쓰는 청년작가들이 많다"며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주고 세계 문학과의 접점을 만들 행사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술위가 공들여 만든 문학주간은 독자와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축제인데, 예산이 너무 적다"며 예산확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산이 발전 가능성의 지렛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런 점이 보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계기로 더 많은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진출을 시키는 것이 기본적으로 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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