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상징되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의 귀환은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이기 때문이다. 통상 여건 악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마지막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8% 대 48% 동률을 기록했다. 승패를 가를 경합주 싸움도 1% 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불과 열흘 전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50%,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를 차지하며 격차가 3%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맹추격 끝에 격차를 좁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역전한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지만 두달 동안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자리를 내어줄 위기에 놓인 것이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고무적이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치적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IRA와 반도체지원법의 완전 철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원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휘상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IRA의 완전한 무력화보다 제한적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각종 요건을 신설해 미국 회사에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외국 회사에는 사실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아울러 반도체지원법의 지원 축소도 예상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미국 투자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지원법이 축소되거나 보조금 지원 조건상 가드레일 조항이 기존에 비해 국내 기업에 비우호적으로 결정될 경우 자금 압박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출 플러스 전환을 견인하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일정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66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9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99억 달러로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정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과거처럼 한국을 비롯해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크게 기록하는 국가가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며 "공급망 안정화 등 주요 통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소규모 다자 협력체계 구축과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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