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등 저가 제품의 공세에 '폭탄 관세' 부과를 시작한 유럽연합(EU)이 이번에는 중국의 초저가 해외 직구 플랫폼인 테무를 정조준하는 등 중국과 EU간 무역분쟁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가 중국의 핀둬둬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EU 디지털 서비스법에 따른 불법 온라인 활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U 디지털서비스법에 따르면 역내 이용자가 4500만명 이상인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은 허위·불법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하며, 위반 시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연간 매출 가운데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해선 EU에서 영업이 금지될 수도 있다.
EU는 지난 11일 테무에 시장에서 불법 제품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 등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테무가 제공한 정보가 미흡해 EU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가 2022년 9월 미국서 첫선을 보인 해외직구 플랫폼 테무는 초저가 무기를 내세워 2년 만에 전 세계 5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 진출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만 약 200억 달러(약 27조원)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온라인 초저가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불법 유해 제품 비율이 높다는 경고 목소리도 높아졌다.
EU는 '알테쉬'에서 판매되는 초저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50유로(약 22만원) 미만 제품을 무관세로 살 수 있는 기준을 폐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알테쉬'를 겨냥한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전 세계 시장을 점령하며 공급 과잉과 제품 가격 폭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오는 움직임이다.
EU는 이미 저가 중국산 전기차 공급에 맞서 고율 관세도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EU는 이날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17.8∼45.3%로 인상한다. 이에 강력히 반발한 중국은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반격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월 중국 상무부는 관세인상을 지지한 EU 회원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은 지난 6월에는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를, 8월에는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달 초에는 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는 시작됐지만, EU가 대안 협의를 위해 중국에 협상단을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조건만 맞으면 협상 타결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환구시보는 31일자 '유럽은 보호주의의 잘못된 길을 가지 말라'는 제하의 사평에서 "대중강경 움직임은 유럽에 어떠한 전략적 우위도 가져다줄 수 없다"며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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