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부산시 등에서 적극 추진 중인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의사 결정권자들의 합의 도출 실패와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당분간 관련 논의가 멈출 것으로 예측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HMM의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해 관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HMM 본사 이전과 관련해 해진공은 한번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 없다"며 "HMM 본사 이전은 추후 인수할 기업이 고려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HMM 부산 이전 논의는 하림그룹과 HMM 매각 논의가 무산된 올해 2월 이후 불거졌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국내 최대 해운 기업인 HMM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도 "HMM 수익은 부산에서 일어나는데 정작 본사는 부산에 없다"며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자체도 이러한 의견에 환영의 뜻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HMM 본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에 위치해 있으며, 본사 상주 직원 수는 900여명에 달한다.
해진공은 HMM의 새 주인 찾기(민영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본사 이전을 우선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HMM의 1대 주주인 산업은행조차 본사 부산 이전을 놓고 정치권·지자체와 직원 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산은의 경우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부산 이전 공공기관 고시로 인해 부산 이전 논의가 탄력을 받음에 따라 20·30대 직원 이탈이 가속화되기도 했다.
실제로 HMM 본사 직원들은 대부분 당사자인 직원을 배제하고 부산 이전을 언급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직원 대부분이 배를 타는 해상 직원이 아닌 재무, 회계, 영업 등을 담당하는 육상 직원임에도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정부가 무리한 이전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HMM 관계자는 "부산 이전 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줄이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 직원 대부분이 부산에 연고도 없고, 부산 항만과 직접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데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계속해서 부산 이전을 언급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HMM 관계자 역시 "영업 기업(고객)들 역시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어 업무 효율화 등을 이유로 부산 이전을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회사 매각 이후에나 논의돼야 할 내용이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에 성급하게 다뤄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HMM은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인 이후 7년여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7월부터 산업은행과 해진공에서 HMM 매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지난 2월 하림그룹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 현재 민영화 관련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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