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사업성 확보와 이주대책 마련 등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엇박자 정책으로는 선도지구는 물론 1기 신도시 전체 사업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2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 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별도 이주단지·주택이 아닌 일반 분양 확대를 통해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앞서 제시했던 이주 단지와 이주 전용주택 공급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대신 일대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에 전월세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국토부는 12월 중 지역별 이주 수요와 공급 물량을 토대로 한 이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주대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데다 발표 시점 또한 실기에 가깝다며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주택사업에 앞서 이주대책을 선행해 수립하고, 이주단지도 우선 조성한다”며 “향후 임대차 시장에서 물량 확대를 통해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주가 본격화될 시 인근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불가피하다. 현시점에서는 임대차 시장 영향을 고려해 단지별로 순차적인 계획안을 수립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 묶여 있는 민간임대 공급 촉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민간임대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임대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으로는 선도지구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건축비 인상 등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은데, 재건축을 통한 가격 상승분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인한 부담금마저 더해지면 추진 동력이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건축비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토지 가격과 용적률을 감안하면 1기 신도시 중에서는 분당을 제외하면 수익성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특히 사업성이 나오는 곳이라 할지라도 향후 재초환이 결국 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시해 분담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최소한 발표 시점에서는 지자체 등이 선정 단지별 예상 층고와 용적률, 토지 용도 및 추가분담금 상·하한을 대략적으로라도 설정하고 이를 고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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