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속 트럼프 리스크 심화 등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력이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4분기 성장률 둔화에 이어 내년까지 경제 위기가 지속되며 저성장 덫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는 상황이다.
5일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늘었다고 발표했다. 2분기(-0.2%)에 이은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간신히 면한 수치다.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0.8%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은에 따르면 4분기 들어서도 수출 가격과 물량 모두 하향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비상계엄 후폭풍까지 몰아닥치며 한은이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4분기에 0.5% 이상 성장해야 연간 전망치에 부합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국 불안이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10월 말부터 소비심리가 하강하기 시작했고, 한은은 2017년 1월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을 직접 언급하며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봐도 국내 정치 불안은 상당 기간 원화 가치 약세와 경기 둔화 압력으로 이어졌다"며 "6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만큼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특히 수출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과 내수 위축으로 내년 이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데드덕에 빠진다면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정책 수단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국면이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커진 와중에 (정부) 집행력이 약해지는 경기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탄핵 소용돌이 속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제대로 된 협상을 벌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환율 방어에도 한계를 드러낼 공산이 크다.
1%대 장기 저성장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구조개혁 추진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여소야대 지속으로 교육·노동·연금·의료 등 4대 구조개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그나마 남아 있던 동력까지 모두 소멸될 위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정부가 계획한 중장기 개혁 과제는 추진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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