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 대사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현 대사가 7일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시 대리 대사로 파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 보수 매체 뉴스맥스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스틸 전 의원을 주한미국 대사로 지명해 달라고 비공개 요청했다. 존슨 의장은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트럼프 당선자에게 스틸 전 의원을 주한미국 대사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전 의원은 1976년 어머니, 두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다 남편인 션 스틸 변호사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2021년부터 4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스틸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600여표 차이로 석패했다.
스틸 전 의원은 공화당 내 대(對)중국 강경파에 속한다. 그는 2021년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인권침해·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등 대중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직전인 작년 10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스틸 전 의원에 대해 “가족과 함께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미국 우선주의 애국자”라며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스틸 전 의원은 연방정부 부처의 차관 등 정무직에 임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주한미국 대사직에 스틸 전 의원과 함께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후커 전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한 경력이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2기 정부의 여러 외교·안보 직책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보좌관의 측근이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골드버그 대사의 퇴직에 따라 주한미국 대사 업무를 수행할 대사 대리에 한국계인 윤 전 대표를 임명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귀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전 대표가 임시 대리 대사를 맡게 될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 윤 전 대표는 며칠 안에 임시 대리 대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 현직 대사가 이임할 경우 공관 차석 대사가 대사 대리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윤 전 대표를 임시 대리 대사로 한국에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정부는 윤 전 대표를 임시 대리 대사로 파견하는 문제와 관련해 사전에 트럼프 인수위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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