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전 세계 산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곳이 있다. 매년 1월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다. 올해는 '몰입(Dive in)'을 주제로 지난 7일(현지시간) 나흘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올해 CES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화두다. 기술 소개 수준이던 작년과 달리 실생활 전반에 걸쳐 활용할 만한 기술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실제 많은 참가 업체가 한층 더 진화한 AI 기술과 제품을 들고 전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삼성전자·LG전자·SK그룹 등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AI홈·AI 데이터센터·AI 메모리 등을 전 세계에 공개한다.
로보틱스(로봇공학)와 스마트시티도 올해 CES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이 가운데는 건설산업과 관련 있는 제품도 적지 않다.
포스코이앤씨와 스마트건설 업체 아이티원이 공동 개발한 요철생성 로봇인 '코닛 러너'도 CES에서 선보인다. 댐·교량 같은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에서 두꺼운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균열 방지를 위해 여러 번 나눠서 타설 작업을 한다. 이렇게 작업한 콘크리트 간 결합력을 높이려면 굳지 않은 콘크리트 표면에 요철을 만드는 보완 시공이 필요하다.
코닛 러너는 요철을 만들어주는 특수바퀴를 탑재한 소형 주행 로봇으로, 균일한 요철을 생성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할 때보다 작업 시간이 최대 85% 줄고, 노출 철근에 작업자가 넘어지거나 찔리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경쟁력을 인정받아 이 로봇은 올해 CES 로봇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혁신상 제품인 ㈜충청의 도로공사현장 시설물 시공 무인자동화 로봇 '오통'도 이번 CES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다. 오통은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천공(바닥 구멍 뚫기)을 하는 로봇으로, 사람이 할 때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 작업 때 차량 통행으로 인한 인명 사고 위험도 줄여준다.
이밖에 미국 구보다의 비탈길을 오르는 자율주행 트랙터 로봇, 홍콩 로봇기업 R2C2가 개발한 산업용 자율 로봇 등도 건설산업에서 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스마트시티 부문에선 일본 도요타가 짓고 있는 '우븐시티'가 눈길을 끈다. 5년 전 CES에서 도시 전체를 AI가 관리하는 우븐시티 구상을 발표한 도요타는 지난 6일 열린 CES 미디어 콘런스에서 1단계 건설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후지산 기슭 시즈오카현 일대에 건설 중인 우븐시티는 첨단 기술로 이뤄진 미래 도시다. 도시 내 모든 교통수단은 자율주행으로 운영한다. 수소와 태양광 에너지를 기반으로 도시를 운영하며,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주민들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다.
그간 건설업은 CES와 거리가 있는 산업군 가운데 하나였다. CES가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로 이름을 알린 탓이다. 이후 정보기술(IT)과 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건설 분야와는 접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AI를 필두로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정 산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들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와 제품들이 CES의 중심축이 됐다.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공기 단축과 안전을 돕는 기술은 물론 미래를 선도할 건설 분야 스마트 기술들이 앞다퉈 소개되고 있다. 복합 위기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지금, 우리 건설업계가 CES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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