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12조 달러(약 1경7000조원), 순자산 1조 달러 이상.”
20일(현지시간)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빅테크 억만장자들의 기업 가치와 순자산을 모두 더한 수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1~3위를 차지하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마크 저커버그(메타)를 비롯해 세르게이 브린(구글), 팀 쿡(애플), 샘 올트먼(오픈AI) 등 빅테크 수장들이 취임식에 총출동하면서 이 같은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대선 운동 때부터 이번 취임식까지 트럼프에게 거액을 후원해왔고, 투자한 만큼 ‘트럼프 2기’에서 달라질 이들의 위상을 이날 엿볼 수 있었다. 취임식 자리 배치가 그중 하나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저커버그는 트럼프 가족 바로 옆자리를 꿰차며 새 행정부 내각 구성원들보다 앞자리에 배치됐다. 심지어 이들 배우자 중 일부는 주지사와 의원들 자리를 ‘희생’해 마련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다른 빅테크 수장들도 대부분 앞줄에 자리했다. 이밖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회장이자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의 대주주인 미리암 아델슨도 목격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이에 대해 "빅테크 억만장자들은 트럼프 취임식에서 앞줄에 앉았다"며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보다 더 좋은 좌석을 차지했다. 그게 전부를 말해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빅테크 억만장자들은 이날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날 취임 직후 쉴 새 없이 서명한 행정명령 중에는 새 행정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신설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만 개인 자산 2억 달러 이상을 투척하는 등 트럼프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로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라는 별명까지 얻은 머스크가 예고했던 대로 정부효율부를 이끌 예정이다.
공동수장으로 내정됐던 인도계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가 자리를 내놓으면서 머스크가 새 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 단독 수장을 맡게 됐다. 라마스와미가 하차한 것 역시 ‘실세’ 머스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미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라마스와미가 비자와 관련해 테크업계 인재 채용 방식을 비판했고, 이 때문에 머스크의 눈 밖에 나게됐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최근 며칠 동안 라마스와미를 정부효율부에서 내쫓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식 연설에서도 머스크의 우주 사업을 의식한 듯 “미국 우주인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에 꽂을 것”이라 말했고, 이에 머스크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내각과 그 밖의 주요 보직도 억만장자들로 채웠다. 헤지펀드 창업주인 스콧 베센트는 재무장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각각 지명됐다. 에너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 에너지 설립자, 내무부 장관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교육부 장관에 린다 맥마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 공동설립자 등도 억만장자 출신들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기업은 트럼프의 규제 완화와 투자 촉진 약속 덕에 기업 수익이 향상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면서 또한 일부 기업가들은 트럼프가 경제 정책의 도구로 쓰겠다고 공언한 관세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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