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품 R&D 中·美·日·EU에 밀려…트럼프발 공급망 혼란에 앞이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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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5-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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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국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R&D) 집약도가 글로벌 부품사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로의 급격한 흐름 전환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품사들은 자국 부품을 사용하라는 미국의 요구와 중국의 미래차 공세에 따라 버틸 재간이 없는 처지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핵심인 부품업체의 위기는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아인스 이항구 연구위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 50개, 부품업체 104개 등 글로벌 154개 자동차 기업의 평균 R&D 집약도는 4.79%로 나타났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R&D 집약도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이어진다. 국가별로는 독일의 평균 집약도가 6.19%로 가장 높았고 이어 EU(5.73%), 중국(5.48%), 미국(4.76%), 일본(3.7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평균 집약도는 2.15%로 가장 낮았다.  

현대차그룹과 계열 부품사를 제외한 중견·중소 부품사의 R&D 투자가 열악하다. 한국은행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 내 경상연구개발비를 분석한 결과 총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이 2020년 74.8%에서 2023년 79.6%로 증가한 반면 중견기업은 19.4%에서 15.7%로, 중소기업은 5.8%에서 4.8%로 각각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투자는 대기업이 이끌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완성차에 이어 중국 부품사들도 세계시장 진출을 늘리면서 독일 부품사의 점유율은 2019년 28%에서 최근 25%로 하락했다. 이에 독일은 연간 약 70조원에 달하는 R&D를 자동차 산업에 쏟아붓기로 했고 미국의 경우 관세 부과, 중국산 부품·소재 제재로 생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위원은 "부품사 구조조정과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와 연계할 인공지능(AI) 인력, R&D 지원책을 통해 격차를 빠르게 메워나가지 않으면 결국 완성차 업체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와 이익 3배 격차…中 미래먹거리 추월에 혁신 초비상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부품산업이 위기에 놓인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완성차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부품사는 완성차의 해외 생산 확대로 수출이 줄어들었다. 미래차 전환 대응에 실기한 점도 생존을 위협하는 악재가 되며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완성차 실적이 늘면 부품사가 수혜를 받는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외부감사대상 1480개 부품업체의 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은 2.76%로 3%를 밑돌았다. 이런 부품사의 이익률은 시장이자율(3.45%)과 중소기업 평균 대출 금리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이익률(9.1%)과 비교해도 3배 격차가 난다. 지난해 상반기 100개 상장 부품사의 경영 성과를 분석해봐도 현대차그룹 계열을 제외한 곳들의 이익은 뒷걸음쳤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100개 부품사 중 현대차 계열 부품 5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3년 2.33%에서 지난해 2.6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계열을 제외한 16개 부품 대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22%에서 4.17%로 감소했다. 

생산량 대비 많은 부품사 수도 출혈 경쟁을 일으키며 R&D 투자 여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2023년 기준 자동차 생산량은 1061만대로 한국(424만대)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부품업체 수는 한국보다 3분의 1 적은 5600개에 그친다. 국내에 부품사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R&D에 투자하는 부품사 수는 현저히 적은 점도 큰 문제다. 국내 부품사 4600개 중 R&D에 투자한 곳은 300개사 미만이다. 70억원 이상을 투자한 곳은 61개사에 그쳤다. 

중국이 과감한 규제 완화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면서 앞으로 국내 부품사의 미래 먹거리 개발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리서치 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업체별 SDV 비중은 테슬라가 52%로 1위를 차지했고 지리 8%, BYD 6%, 니오 5%, 샤오펑 4% 샤오미 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랭킹 10위권 중 중국 메이커는 테슬라를 제외한 2~10위를 차지했고 48%의 비중을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경쟁력에서도 미국(100)과 EU(98.2), 중국(95.2), 일본(89.4)이 한국(88.4)을 제치고 있다. 

올해 관세 인상을 앞둔 미·중 패권싸움과 세계 각국의 무역 규제로 국내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사 혁신을 뒷받침할 수요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부품사 옥석 가리기를 통해 R&D 예산 확대, 인력 양성 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 정책을 쏟아내지 않으면 3년 내 국내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부품 교역은 흑자를 나타내고 있어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가중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의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약 11조3509억원 흑자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면 미국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타격은 가중될 수 있다. 

이 위원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세계시장 판매 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국내 부품사의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며 "수도권-충청권-대경권 등 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배터리·반도체, 기타 전기전자 부품, 경량 첨단 소재로 구분해 고도화를 추진하고 호남권은 광주를 중심으로 PBCV(목적기반상용차)와 특장차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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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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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항구 아저씨는 이상한 솔루션을 내놓네 ㅋ
    영업 해봤자 완성차가 다 뽑아먹는 산업 생태계에서 벤더들이 무슨 돈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따로 굴리겠음?
    완성차 그룹의 구매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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