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공중전화·AM 라디오 써요" 하지만…여전히 못 없애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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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5-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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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한때 많은 국민들이 이용했던 공중전화와 AM 라디오. 이제는 휴대폰, FM 라디오 등 대체제에 밀려 이용하는 수요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이를 완전히 없애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서 여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80~90년대만 해도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공중전화는 2000년대 휴대전화의 등장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줄었다. 그에 따라 공중전화 부스도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K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공중전화 총 설치 대수는 2만4982대였다. 1999년대만 해도 56만대를 넘었는데 2018년 들어서는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매년 수천대씩 설치 대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공중전화 1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이고 월 평균 통화량은 25.7분이었다. 즉 하루에 1분도 사용되지 않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공중전화를 운영하는 KT는 매년 이와 관련해서 1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 KT는 자회사인 KT링커스를 통해 전국의 공중전화를 유지·보수해 왔는데, 지난 21일부로 또 다른 KT의 자회사인 KT서비스남부에 합병됐다. 이에 앞으로 공중전화 관련 업무 역시 KT서비스남부로 이관된다. KT가 전체적인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공중전화 사업을 하는 자회사도 그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가 공중전화 사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공중전화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는 '보편적 역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를 일컫는데, 공중전화도 이에 포함된다. 만일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시정명령이 주어지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통신 3사는 이 때문에 공중전화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담해서 내고 있다.

평소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공중전화가 빛을 발하는 때는 재해·재난 등으로 인해 무선통신망이 단절될 때나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다. 무선통신망은 기지국이나 중계기 등이 지진이나 화재 등에 타격을 입으면 바로 통신장애가 일어나는 반면 공중전화와 연결된 유선 통신망은 주로 땅에 매설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실제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때 평소 쓰이지 않던 공중전화 부스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AM 라디오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는 보편적 역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몇년간 라디오 방송사들은 지속적으로 AM 라디오 송출 중단을 시행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독려했다. 다만 완전한 종료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AM 방송은 최근 몇 년 사이 대폭 감소했다. 2020년 대구MBC와 MBC충북 충주, 2021년 안동MBC·대구CBS가 AM 방송을 종료했고 2022년에는 MBC와 SBS가 AM 라디오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AM과 표준FM(AM 방송을 그대로 FM으로 내보내는 방송) 간 기능 조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다수 방송국들이 AM 송출 중단을 택했다. 이미 대부분의 AM 방송이 표준FM으로 FM 송출되는 상황에서, FM보다 잡음 등이 심하고 운영 비용도 적잖은 AM 방송 운영을 지속할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통위 역시 AM 라디오 효율화에는 공감한다. 방통위는 최근 업무보고에서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 정책 실효성, 방송 산업 영향 등을 고려해 UHD, DMB, AM 라디오 등 기존 지상파 매체의 정책 개편 방안을 포함한 방송 혁신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AM 방송의 경우, 청취 비율이 상대적으로 FM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만큼 사업자가 폐지를 희망하면 폐국을 도와주고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AM 라디오를 FM 라디오와 완전히 통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와 관련해 "AM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현재 단계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전시나 재난 상황에 FM보다는 AM이 훨씬 포섭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만큼 AM도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AM 라디오에 대한 개편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해 전쟁과 재난 대응, 방송소외 지역 청취권 보장 등을 위해 일부 필요성이 있는 AM 라디오 송출지원 예산을 신규로 1억원 확보했다. 올해 예산에서도 이를 유지했다.

AM 라디오는 중파 대역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초단파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FM 라디오보다 수신 가능 범위가 넓다는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FM 라디오가 잘 수신되지 않는 산악·오지 지역을 위한 AM 라디오의 필요성이 여전히 부각된다. 또 지진·태풍·화재 등 각종 재난 상황에서 FM 라디오 송신소가 피해를 입었을 때 AM 라디오로 대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아울러 대북방송 등 방송의 특성상 AM 위주로 편성하는 방송국도 일부 존재한다. 이 때문에 FM과 통합하더라도 최소한의 기능은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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