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선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증사고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개매각(공매) 시장에도 한파가 이어지며 PF 위기 극복이 요원한 상황 속에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정리 방식을 다각화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3일 주금공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누적) 기준 PF 보증사고액은 2026억원을 기록했다. 12월 기록이 더해지지 않은 수치지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23년 사고액(179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주금공의 PF 보증사고 발생률 또한 1.72%를 기록해 2023년 1.44% 대비 0.28%포인트 상승했다.
PF 보증은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가 분양주택이나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대출을 받고자 할 때 주금공이 지원하는 보증이다. 보증 사고란 △대출 원리금 미상환 △주택 사업자의 파산·회생 △장기적인 휴·폐업 △장기 공사 중단 등이 발생한 것을 말하며, 사고가 나면 주금공이 사업자 대신 돈을 갚는다.
PF 보증 사고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악화·고금리 여파로 건설사들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도 건설사 폐업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접수된 건설사 폐업 건수는 총 332건으로 매일 건설사 10개가량이 폐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공매시장에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며 부실 PF 사업장 정리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공매는 부실 PF 사업장을 구조조정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부실 PF 사업장을 경·공매를 통해 정리하라고 강조해 왔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두운 탓에 공매 인기가 떨어지는데 PF 사업장 부실로 공매에 나온 매물은 늘고 매수자 관심도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전국 부동산 공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32.27%, 낙찰가율(평가 금액 대비 낙찰가)은 61.59%다. 이는 직전 분기 낙찰률(33.92%)과 낙찰가율(65.77%) 대비 하락한 수치다. 1년 전인 2023년 4분기 낙찰률(37.46%), 낙찰가율(67.05%)과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더 크다. 공매로 나온 매물들이 갈수록 낙찰되지 않고 있으며 낙찰되더라도 값싸게 팔린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올 것이라 기대하는 일부 금융사들은 매물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부실 사업장 정리도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까지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기간 3조5000억원에 그쳤다. 기존 정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당국은 최근 수요자들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매각 중인 PF 사업장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정보에는 사업장 주소·면적·용도 등 일반 정보와 감정가 등 세부 정보, 담당자 연락처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실 PF 정리 방식을 다각화하기 위해, 앞서 진성매각 논란 등으로 조성이 멈췄던 업권별 PF 정상화 펀드를 다시 만들 수 있게 업계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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