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못 내는 분위기다. '4말5초(4월말 5월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리면서 윤 대통령과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 안팎에서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결국 대선 후보 경선 때까지 지금의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아주경제에 "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과 관계 재설정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면서도 "지금의 당 지지율 상승세가 꺾일 수 있어 다들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찬탄파(탄핵찬성파)부터 반탄파(탄핵반대파)까지 보수진영에 넓게 스펙트럼이 있다"며 "이 분들을 다 아우를 수 있으려면 계속 대통령이랑 유착되는 모습이 좋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도 변수다. 지난 3일 국민의힘 '투톱'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대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두 사람이 '인간적 도리'로 먼저 면회를 요청했다고 정치적 의미를 축소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동행했고, 나 의원은 "과거 독일 나치도 선거에 의해서 정권을 잡았는데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독재가 그런 형태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메시지를 '쌍권'이 외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나 의원을 스피커로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당 소속 의원 접견을 이어가며 국민의힘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이 계엄사태 초기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세울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놓친 것 같다"며 "여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는 지금 상황이 유지될 것이고, 경선 핵심 이슈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대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통한 중도 지지층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여당 강성 지지층이 그것을 전략적으로 양해할 지는 미지수"라며 "이재명 대표가 야권 후보로 확정되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금의 구도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여야 간 중도층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 경우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관계 재정립도 어느 정도 이뤄질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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