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3/20250213154822962586.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미국과 러시아 위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경계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대등한 협상 당사자인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후 상호 방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가 이곳(미국)에 오고 내가 그곳(러시아)에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나는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전 수준으로 영토를 탈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일부는 되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당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양자 협상을 벌인다면 러시아가 제공하는 선별적 정보에 미국 측이 놀아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푸틴 대통령이 처음부터 원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협상에 응할 용의는 있지만 협상과 휴전만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기에 부족하며, 러시아가 또 침략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안전보장이 필수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럽 주요국 “우크라 휴전 모든 협상 참여”…안보비용 추가 부담 의식한듯
유럽 주요국은 종전 협상 논의에서 소외될 것을 경계하며 즉각 “모든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유리한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동맹인 미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럽이 즉각 성명 발표에 나선 것은 안보 비용 추가 부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추계에 따르면 유럽이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자체 군대를 확장하게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유럽은 추후 10년간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를 추가 지출해야 한다. 나토 가입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3.5%를 방위비로 부담하되 부족한 금액은 부채로 충당한다는 전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나토 본부에서 “더는 미국에 대한 의존을 야기하는 불균형적 관계를 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관계는 유럽이 스스로의 안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현행 GDP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도 했다.
한편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제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입 없이 미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안에는 중국이 휴전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보증인’ 역할을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중국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의에 확답하지 않았으며, 한 백악관 관계자는 제안 내용에 대해 “전혀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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