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금융이 내부통제 강화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국내 최대 규모 횡령 사고로 잡음이 커진 예경탁 경남은행장에 대해선 세대교체를 택한 반면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1년 연임키로 했다. 최근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 금융사고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다는 해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이날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부산은행, 경남은행을 비롯해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BNK신용정보 등 계열사 5곳의 차기 대표에 대한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자추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열었고, 이후 롱리스트(1차 후보군), 쇼트리스트(최종 후보군) 등 차기 계열사 대표 후보군을 압축해 왔다.
이번 인선으로 방성빈 부산은행장과 예경탁 경남은행장의 희비는 엇갈리게 됐다. 두 행장 모두 2023년 4월 취임했고, 초임인 점을 고려했을 때 1년 더 연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행장들은 대부분 ‘2+1’의 임기 관행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추위는 차기 경남은행장으로 김태한 경남은행 부행장보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김태한 부행장보는 추후 경남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올해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2년이다.
경남은행장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건 국내 최대 규모 횡령 사고의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경남은행의 한 은행원은 200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총 308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단일 사건 기준 사상 최대 횡령액이다.
이로 인해 경남은행은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부동산 PF 대출 업무에 대해 신규 영업이 불가능해졌다. 또 횡령에 따른 손실을 재무제표상 반영해 기존 대비 이익이 대폭 줄었고, 이사회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급했던 성과급 일부를 환수하기로 의결하며 노조와 내홍을 겪고 있다.
반면 방성빈 행장은 1년 연임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취임 첫해인 2023년 순이익은 3791억원으로 전년(4558억원) 대비 약 16.8% 줄었지만, 지난해 4555억원으로 20% 이상 성장하며 이를 만회했다.
또 핵심 과제로 꼽혔던 부산시 시금고 자리를 지켜낸 점도 이번 연임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부산시는 차기 시금고 운영을 맡을 은행 선정에 있어 24년 만에 처음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부산은행은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주금고 자리를 수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주요 지자체의 시금고 자리 등 전통적인 지방은행 역할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수장을 바꾼 건 그만큼 내부통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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