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짜 클래식] 거장들 맞붙는 '말러 위크'…왜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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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2-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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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vs 츠베덴…교향곡 '끝판왕' 둔 승부

  • '강렬한 임팩트' 청중 직관 열망에 악단 도전정신도

  • 감상 포인트는?

사진서울시향
[사진=서울시향]


정명훈 vs 얍 판 츠베덴
 
이번 주, 두 거장이 말러 교향곡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이들이 말러 교향곡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는 배경은 뭘까? 한 세기 전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말러리안’(말러 열혈 팬)이란 단어가 통용될 만큼, 한국에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배경을 알아봤다.
 
청중 직관 열망과 악단 도전정신 맞물려
'말러'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로 영화배우 탕웨이. 그의 대표작 '헤어질 결심'에서 흐르던 말러 교향곡 5번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곡은 영화 '베니스의 죽음'에서도 바다를 배경으로 깔리는 등 대중에 매우 익숙한 선율이다. 

하지만 이번 주 두 거장이 선보이는 무대는 이 곡이 아니다. 정명훈은 교향곡 2번 ‘부활’을, 츠베덴은 ‘밤의 노래’로 불리는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 사실 말러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에 비하면 그리 옛사람은 아니다. 후기 낭만주의와 현대음악 사이에 있는 말러를 가리켜 어떤 책은 ‘현대음악의 경계를 걸어간 작곡가’라고 평했다.

그러나 말러의 곡을 두고 종종 ‘교향곡의 끝판왕’이란 평을 들을 수 있다. 교향곡 8번 '천인교향곡'은 초연 당시 1000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되는 등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웅장한 규모, 다채로운 음향 등을 고려하면 '역대급'이란 것이다. 다만, 말러의 교향곡을 정점으로 보기엔 무리란 지적도 있다. 하나의 '큰 도약' 수준으로 볼 수 있단 것이다. 
 
정명훈 ⓒTakafumi Ueno
정명훈 ⓒTakafumi Ueno

음악평론가 황장원은 “요즘 청중들이 공연장에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곡은 말러나 쇼스타코비치”라고 말했다. 말러의 교향곡 연주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음반이나 책을 통해 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음향을 비롯해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죠. 일단 보고 나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요. 청중들은 일상에서 귀한 시간을 내서 공연장을 찾은 만큼,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는 무대를 향한 기대가 커요. 말러는 이를 충족하죠."

황 평론가는 청중의 직관 열망과 교향악단의 도전정신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1번이나 5번 교향곡이 주로 연주됐지만, 2번, 7번, 3번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예요. 말러 교향곡을 다양하게 들으려는 청중들의 니즈가 교향악단의 도전의식과 맞물렸죠. 그런데 말러 교향곡은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요. 곡의 흐름이나 맥락을 파악해서 전달하기도 쉽지 않고요. 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냈을 때 연주자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요. 젊은 지휘자는 ‘나도 해봤다’, 나이 든 지휘자는 ‘내가 이 정도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게 있죠.”

국내 교향악단의 기량이 많이 오르면서, 훌륭한 지휘자와 만나 기대 이상의 공연을 보여준 점도 탄탄한 팬덤 배경이다. 더구나 말러 교향곡 7번 등은 제작비 부담이 커, 중소 규모 교향악단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누구나 쉽게 올릴 수 있는 공연이 아니란 것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지휘자들이 말러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거인’, ‘부활’처럼 말러 교향곡은 타이틀 자체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드러내기에 충분해요. 난해하기로 유명한 교향곡 7번은 해외에서도 쉽사리 무대에 올리지 못하죠.”
 
그래서 감상 포인트는?
SPO 공연사진 말러 교향곡 7번 사진서울시향
SPO 공연사진 말러 교향곡 7번 [사진=서울시향]

말러 열풍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1999년을 말했다. “1999년에 부천필하모닉이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전곡을 선보이면서 팬들이 생겨났어요. 당시 말러 전도사로 통하는 김문경 평론가가 등장했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말러가 주목받고 있는데, 사실 말러 열풍이 시작된 건 20년이 넘었어요.”

서울시향 관계자는 정명훈 감독이 붐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라고 했다.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에 2005년에 부임해 10년 있으면서 ‘말러 사이클’을 했어요. 말러 애호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세계적 클래스로 통하는 ‘노란딱지’로 상징되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음반까지 나오면서, 사람들이 말러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KBS교향악단 제811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KBS교향악단 제811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이번 주 두 공연의 감상 포인트는 뭘까? 음악평론가 신예슬은 말러 교향곡 7번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은 렘브란트의 그림 ‘야경’(1642)에 있다고 조언했다. “말러가 렘브란트의 야경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참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감상자로서 볼 때 이 그림은 교향곡 7번의 세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될 수 있어요. 말러는 ‘야경’에서 어딘가로 떠나려는 어수선한 군대의 모습을 본 것 같아요. 7번에서는 군악대의 뉘앙스를 풍기는 음형들, 유령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와요. 이런 점에서 두 작품은 어느 정도 닮았다고 생각해요.”

신 평론가는 교향곡 2번 ‘부활’의 감상 포인트는 제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이 차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점점 부활로 향해가 과정. 이 부분이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7번의 밤의 세계는 매혹적이고 위험해요. 홀려서 빨려들 것만 같은 느낌, 악마적인 느낌도 있고요. 말러가 상상한 밤이 다른 음악 속의 밤과 어떻게 다른지도 생각해볼만한 것 같아요. 쇼팽의 야상곡이 살짝 울적하면서도 감상적인 밤이라면, 제게 말러의 밤은 위험천만하면서 매력적인 모험의 세계에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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