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재건축으로 정비 방식을 바꾸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에 빌린 사업비 상환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일부 조합은 파산 신청까지 검토하는 등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안양시 평촌신도시 목련 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다음 달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을 새로 선출하고, 미뤄진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목련 2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2022년 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과의 갈등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건축을 지지하는 일부 주민은 분담금이 기존의 배 이상으로 늘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짧고 사업 장벽이 높지 않은 것이 장점이지만, 일반 분양 가구가 적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기 어렵다. 그렇지만 재건축으로 선회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 목적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등에서 빌린 사업비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련 2단지의 경우 재건축으로 변경할 시 시공사 효성에 반환해야 할 사업비가 약 140억원으로 추정된다.
목련 2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지금까지 빌린 140억원에 지연 이자까지 반환해야 한다"며"내부에서도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업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한 리모델링 조합은 건설사에 빌려 쓴 돈을 갚지 못하겠다며 법원 파산 신청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 2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준비위원회는 오는 22일 리모델링주택조합 해산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에서 해산 안건이 가결될 경우, 시공사인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빌린 사업비 112억원과 연 15%의 지연 이자를 포함한 약 170억원의 추정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조합 측은 채무 변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 파산 신청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조합이 파산을 신청한 경우는 없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존 리모델링 조합원들이 돈을 빌려 써 놓고 정비사업을 변경하면서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리모델링 시공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시장에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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