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놓고 교육 현장에서 '스마트 기기 중독', '문해력 저하', '수준 낮은 맞춤형 교육' 등의 우려가 제기되며 지자체별 도입율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며 교육 현장에서는 먼저 도입을 꺼리고 있어 향후 교육부가 도입을 강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 학교는 98%가 AI 교과서를 채택한 반면 세종시는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지역 초, 중, 고 학생은 총 23만7973명이다. 98%가 채택해 총 23만명이 AI 교과서를 학습하게 된다. 세종시의 경우 총 6만1952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채택률을 감안하면 세종시에서 AI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는 학생은 5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은 2023년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침에 발맞춰 1인 1디지털 학습기기 보급을 통한 교수·학습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AI 교과서 도입률은 8%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3월 신학기를 맞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채택률이 지역별로 크게 달라 시행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채택률이 크게 낮은 배경에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 교과서에 대해 학부모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던 만큼, 학생들의 학습 효과성과 기술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타 교육청의 운영 사례를 면밀히 살펴본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개인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 학생들의 학업 수행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사용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대명제도 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얘기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기기 중독을 비롯해 문해력 저하가 심화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제공되는 AI가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도 있다. 디지털 교과서를 선제 도입한 스웨덴 등에서 저연령 학생들에게는 종이 교과서를 다시 권고해,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도입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 자료로 잘 활용하면 종이 교과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효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디지털 리터러시에 따른 학습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 교육 현장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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