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원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던진 미끼를 물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이 던진 미끼를 참지 못하고 물면서 언쟁이 시작됐고,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귀결됐다는 설명이다.
1일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양측간 회담이 초반 40여분간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막판 10분에 파국으로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협상 초반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기애애했다. 실제 한 미국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어투로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의 옷)마음에 든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양측 갈등의 시작이 밴스 부통령의 발언인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는 대목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겼어야 했는데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이에 밴스 부통령이 발끈하면서 대화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젤렌스키는)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웠다고 봤다.
BBC는 이전까지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사이에만 국한됐던 충돌이 이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뛰어난 '쇼맨십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과를 의도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텔레그래프는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을 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한 언론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 "절대 '미끼를 물지 말라'고 조언했다"면서 "이제는 젤렌스키와 다시 거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친트럼프계 인사로 분류된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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