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방부와 방산업계가 우크라이나에 드론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3년간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숙달된 전쟁용 드론 생산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미국도 탐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들은 미 국방부가 요청한 소형 드론 제작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가격은 비싸고 성능은 낮은 드론 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크라이나 드론업체들은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드론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신규 고객과 자금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제 드론 가격은 미국제 드론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미 국방부 산하 군사용 과학 기술 협력 관할 기관인 국방혁신부(DIU)는 최근 수주 동안 사상 처음으로 2건의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드론 파트너십을 허가했다. 해당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올 봄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공격 드론을 테스트한 후 미 국방부 계약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DIU는 역시 사상 처음으로 한 우크라이나 드론업체를 잠재적인 미 방산 공급업체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의 드론 생산 역량은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드론 생산 능력은 연간 최대 10만대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작년 한해 동안 200만대 이상의 드론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앞으로도 양국 간 드론 협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WSJ는 국방부 관리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로봇 및 무인 차량 스타트업인 비붐의 공동 창립자 데릭 위틀리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면 지구의 드론 수도가 되겠다는 포부를 분명하게 나타냈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드론업체들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걸림돌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자국 드론 수출 제한으로, 우크라이나 드론업체들은 자국 정부에 드론 수출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작년 10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국가들에는 우크라이나 무기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또다른 걸림돌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부품 일부가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각종 대중국 제재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업체들이 미국에 수출을 하려면 중국 외 다른 곳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걸림돌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드론의 세계 진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사인 엔지니어링의 안드리 출리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우리 주요 우선과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바깥으로의 확장"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데 필요한 드론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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