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연례 인공지능(AI) 콘퍼런스(GTC 2025)가 17일(현지시간) 개막한다. 이번 GTC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 이후 개최되는 것으로 시장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2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산호세)에서 GTC를 개최한다. 올해는 2만5000명의 현장 참석자와 30만명의 온라인 참석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2000명의 연사와 1000개 이상의 세션이 예정돼 있으며 400여개에 달하는 전시 부스가 열린다.
행사 하이라이트인 엔비디아 수장 젠슨 황의 기조연설은 둘째 날인 18일 진행된다. 젠슨 황은 이 자리에서 최신 GPU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와 차세대 칩 ‘루빈’의 구체적인 사양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울트라와 루빈을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루빈이다. 루빈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GTC 때 블랙웰과 함께 언급한 차세대 AI 칩으로 루빈의 '스펙'을 통해 엔비디아가 AI 시장 주도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평가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은 엔비디아가 이전 행사에서 살짝 공개만 했던 루빈이라는 차세대 AI 칩에 대해 특히 많은 정보를 듣고 싶어한다”고 짚었다.
루빈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어야 최근 엔비디아를 둘러싼 각종 우려도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초부터 딥시크 쇼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 왔다. 엔비디아가 고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데, 딥시크 쇼크로 고가의 엔비디아 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전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미국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들은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며칠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여전히 9% 이상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형주 밴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하락률의 두배가 넘는다.
다만 엔비디아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하다. 금융정보업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2026년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은 3000억 달러(약 434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루빈이 블랙웰 이상의 성능 향상 이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랙웰은 기존 제품보다 AI 추론 성능이 30배 이상 향상됐다. 로스 세이모어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루빈 시리즈가 블랙웰에 비교해 “매우 인상적인 성능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아티프 말릭 애널리스트도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블랙웰을 언급하며 “루빈도 비슷한 성능 향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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