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의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 명단에 지정된 것은 한국 내 커지는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엄중한 경고이자,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친미 성향의 근시안적인 외교 전략이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기는커녕, 오히려 한국의 국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하고 다.
"핵무장론 속 한·미 동맹 통제불능 우려한 美"
샹하오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17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내 핵무장론이 커지는 것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반응으로, 한국에 강력한 충격을 안겼다"며 한·미 간 상호 의심으로 동맹 간 신뢰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샹 연구원은 한국 내 커지는 핵무장론은 "미국의 핵확산금지 정책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만큼, 미국의 경각심과 불만을 일으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수면 아래에서 들끓던 한·미 동맹의 위기가 드러났다"며 "민감국가 지정은 한국 내 커지는 핵무장론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엄중한 경고'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말 한국의 계엄령 사건 이후 혼란에 빠진 한국 정치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리난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펑파이신문을 통해 “한국 내 핵무장론 목소리가 커지자 한·미 동맹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이를 감시하고 억제하는 더 엄격한 방법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계엄령 사건 이후 혼란에 빠진 한국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제한을 더 많이 가해 한반도의 불안정이나 갑작스러운 위기를 방지하기 위함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리 연구원은 "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접촉해 파악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고 두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韓 불균형 외교정책···美 체스판에서 하찮은 존재 전락"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되기 위해 로비를 해도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샹 연구원은 핵문제로 촉발된 한·미 간 불화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가, 한국의 계엄령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 속에서 미국은 한국의 누구를 상대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이달 말 피트 헤그세스 미국 신임 국방장관의 취임 후 첫 아시아 태평양 첫 순방에서 한국이 제외되며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졌다. 이를 놓고 샹 연구원은 “서울은 워싱턴의 글로벌 전략적 체스판에서 하찮은 플레이어로 전락한 듯하다”고 표현했다.
리 연구원도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한국을 업신여기고(看不起)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트럼프의 '거래 방식'"이라며 "한국이 뭘 할 수 있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불안과 긴장에 빠뜨려 향후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도 해석했다.
"韓, 균형 있고 실용적인 외교전략 세워야"
한국의 친미 성향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샹 연구원은 "윤석열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미 정책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안보 보호와 이익 공유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울을 워싱턴이 압박하기 쉬운 대상으로 만들어 한국의 국익을 훼손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한·미 동맹의 위기는 국내 정치적 분열 속에서 서울의 외교 전략이 근시안적이고 불균형적임을 드러냈다"며 "한국 정부가 균형 잡히고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재건하고 한국 사회도 분열을 치유하고 당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DOE가 최근 한국을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의미한다. DOE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할 수 있다.
외교부는 17일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외교 정책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로 파악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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