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노후 자금으로 삼성에 투자했다. '10만 전자' 가야 하지 않겠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만난 A씨(50대)는 회사에 출근한 남편을 대신해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저조한 주가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다는 A씨는 "막상 와보니 삼성전자 제품이나 기술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사업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어 마음이 놓인다"며 "잘 온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를 향한 주주들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전에서 상경한 B씨(60대)는 기자가 말을 걸자 "오죽 답답하면 이 먼 길을 왔겠나"라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삼성이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인사이트가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팔 수도 없어 주식이 애물단지가 됐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보다 300명 이상 많은 주주 9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주총 시작 1시간 전인 8시부터 입장을 위해 수십 명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7080세대 어르신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등장한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가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만든 메시지존에서는 응원이 쏟아졌다. 현장에 있는 갤럭시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남기면 즉시 영상으로 떴다. "삼성전자 잘할 수 있다. 파이팅!" "10만 전자 가자~" 등 실적과 주가 반등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과 차세대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신성장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물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은 것은 삼성전자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사족보행로봇 'RBQ-10'이었다. 연내 출시가 예정된 RBQ-10은 로봇 오픈 플랫폼으로 화재 감시나 무인경비 등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AI 집사로봇 '볼리' 앞에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볼리는 카메라와 스피커, 프로젝터를 내장한 AI 기반 자율주행 가정용 로봇이다. 이날 볼리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바닥에 '웰컴'이라는 인사말을 전하고, 관람객의 물음에 라스베이거스 명소를 소개하는 등 맡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 밖에도 투명 마이크로 LED, 하만의 전장·오디오 제품, 의료기기, 갤럭시 시리즈 등 체험 제품들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