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집값 과열을 주도했던 강남권 일대 아파트 시장의 매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현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매수 대기가 이어지던 서초구 주요 단지들도 이미 발표 당일 기존보다 수억원 낮은 호가에 급매를 던지는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상 유례없는 자치구 단위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는 2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강남권 주요 아파트 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세를 낀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다른 아파트를 계약한 상태에서 잔금을 아직 치르지 못한 집주인들이 잇달아 호가를 줄하향하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된다.
특히 최근 갭투자 수요가 몰렸던 강남권 신축 및 준신축 단지의 경우, 호가가 10억원 가까이 떨어지는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호가가 60억원에 육박했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74㎡ 매물은 현재 50억원 대에 급매가 나왔다.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의 수혜단지들 역시 이번 토허제 재지정으로 호가가 빠르게 빠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해제 발표 당일 호가가 기존 대비 3억원 가까이 빠진 20억원대 후반 가격의 급매물이 풀리는 중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최근 호가를 급속히 키운 단지들 역시 발표 당일부터 호가가 2억원씩 동반 하락 중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해제 후에도 사정을 잘 아는 인근 주민보다는 타지인들의 매입이 많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빠르게 올렸다”면서 “갈아타기를 위해 매입에 나선 매도인들이 집을 내놓은 경우 지정 효력이 발효되면 매도가 더욱 묶이고 세 부담까지 늘 수 있다. 향후 국평은 5억원, 대형 평수도 10억원 정도는 호가가 조정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로 서울 전체의 가격 안정세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특히 규제에서 비껴 간 마포구와 성동구 등 인근 지역에 대한 풍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과 용산이라는 가장 좋은 입지의 매물이 닫히면서, 차선책으로 생각되는 마포, 성동, 강동 등 한강변 인근 지역들 위주로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규제와 마포 등에 대한 추가 규제를 시사한 만큼 ‘가능할 때 사자’라는 심리에 이들 지역에 대한 매수세가 단기적으로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갭투자 차단으로 인한 전세 매물 감소로 전세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렙스에 따르면 연간 기준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전세 가격 변동률은 2019년 1.46%에서 토허제 지정으로 2020년에는 18.08%로 상승한 바 있다. 잠실동도 같은 기간 8.42%에서 30.97%로 올랐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은 2년 실거주 의무 조건으로 인해 전세매물 품귀현상으로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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