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확정한 가운데 금융권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생'을 이유로 금융권에 그동안 걷은 이익을 나누거나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 성향에 따라 은행에 불리한 일부 법안이 추진될 수 있어 금융권이 불안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8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자들은 민생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추가 상생금융 방안, 금리정책 개입과 관련한 공약을 대거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우세한 상황이어서 금융권에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11월 순이자이익이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면 최대 40%를 기여금 형태로 환수하는 일명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상생금융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정권이 바뀌면 입법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한 공시제도 법제화도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금리를 산정할 때 세부항목과 구체적인 산정 체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은행권은 자금 조달 방식과 비용 절감 노하우, 고객 리스크 대응 방식 등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며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은행이 대출금리에 예금자보호법상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법안도 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민주당이 언제든 관련 법안을 다시 들고 나와서 은행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자유 시장경제를 강조해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발언 이후 '이자 장사'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9일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 위원들이 5대 은행장 등과 만나 추진 중인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민생 경제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 대선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주요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도 높다. 당장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총 4곳의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해 6월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같은 달 대선을 치르게 되면서 예비인가 시점이 뒤로 미뤄지거나 인가 자체가 유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 달로 예상됐던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승인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해 조건부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대선 전이라 민감한 현안을 결정 짓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지난해 12월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지분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도 6월 로드맵이 공개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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