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美재무장관, 관세 협상 전면에…트럼프 경제팀 기조 바뀌나

  • 강경파 주도 흔들리나…월가·CEO들 반발이 만든 변화

  • 트럼프 측근도 이견…머스크-나바로 '관세 설전'까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AFP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AFP·연합뉴스]

상호관세 결정 과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 강경파에 밀려났던 '온건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관세 협상을 주도하게 된 가운데 트럼프 경제팀의 통상 정책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호관세 부과 전후 며칠간 베센트 장관은 나바로 무역 고문과 러트닉 상무장관 등 강경파에게 밀려났다"며 "하지만 증시 급락 여파에 월가에 이어 국회에서도 반발이 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동맹국과 협상의 문을 열면서 베센트 장관이 전면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일본과 먼저 관세 협상을 진행할 것을 지시하면서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협상 주도권을 위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FT에 "베센트와 그리어는 협상을 이끌 자격이 더 충분하며, (상황을) 자극하지 않는 인물들"이라며 "이들은 갈등을 완화하면서도 수용 가능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교통 경찰'이다"라고 평가했다. 

FT는 이러한 트럼프 경제팀의 변화는 관세가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간과한 데 대한 정치권과 기업계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설립자, 시타델의 설립자 켄 그리핀, 바흐람 아크라디 라이프타임 그룹 홀딩스 최고경영자(CEO) 등 공화당 및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조차 그의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리핀 CEO는 이날 마이애미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거대한 정책 실수"라며 "중산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식료품, 토스터, 진공청소기 등을 구입하는 데 20%, 30%, 40%의 비용이 더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꿈이 현실이 되려면 20년이 걸릴 것”이라며 “20주가, 2년이 아니라 수십 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아크라디 CEO도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며 "관세로 인한 교착 상태가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홈디포의 설립자인 켄 랭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그 빌어먹을 관세 공식은 이해할 수도 없다"며 "트럼프가 자문들로부터 잘못된 조언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빌 애크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제적 핵 겨울'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 영향이 누적돼 역전되기 어렵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나바로 고문과 머스크도 관세정책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나바로 고문은 최근 CNBC 방송에 나와 "우리는 모두 일론이 자동차 제조업자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머스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테슬라는 미국산(부품)이 가장 많은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cks)보다도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어떤 측면에서 보든 테슬라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로 미국산 비율이 가장 높다"며 "나바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전문가인 론 바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론 바라는 나바로의 저서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로,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나바로는 론 바라가 자신의 필명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머스크가 "(그가 보유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두뇌(brains) 비율이 1보다 크면 문제가 생긴다"며 나바로 고문의 관세 이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본인의 지적 능력보다 자아가 클 경우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며칠간 서서히 고조된 머스크와 나바로 사이의 균열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내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경제팀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마크 소벨 전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는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최근에 베센트와 통화했다면 내일은 나바로와 통화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