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회장은 일본 출장을 마치고 9일 낮 12시 3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이 회장은 가벼운 차림으로 수행원 없이 나왔다.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미소를 보이며 말을 아꼈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출국길에 오른 이 회장은 현지에서 일주일간 비즈니스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미팅에서 이 회장은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에 속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협력사 등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본 현지 법인 및 판매점 등도 살펴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일본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영업법인과 요코하마에 반도체 패키지 연구개발(R&D) 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랩(APL)'을 짓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 회장은 수시로 일본을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다져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지난주는 중국에 일주일 있었고 오늘 5∼6일 일본에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회계연도가 3월 31일에 끝나서 항상 4월 첫째 주를 인사하는 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선 중국 출장에서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비야디(BYD) 본사를 찾는 등 전장 사업 확대 행보에 나선 만큼 이번 일본 출장에서도 전장 업체들과 회동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방한한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어 북미, 유럽, 베트남, 중동 등 세계 각지로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해외 경영 보폭을 넓히는 것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배터리 등 삼성 핵심 사업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대미 공급 비중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대체 고객사 확대가 시급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118조82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9.5%에 달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공급하는 삼성SDI도 미국 비중이 34.4%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2분기부터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화되면서 경영 위기가 여전히 잔재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사 실적을 지탱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생산량 절반가량을 상호관세율 46%에 달하는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반도체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마이크론은 고객사에 메모리 모듈과 SSD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을 둘러싼 '위기설'이 확산되자 이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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