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미국이 관세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업계는 우선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해외 진출 기업들은 사업을 중단하는 등 관세 충격을 정면으로 받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이외의 국가들에는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최종 관세율이 낮은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 해외 사업 중단..."현 단계서 대응할 방안 없어"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9일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계획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기업들의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높은 관세를 감당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공급업체에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 기전(機電)제품 수출입상회의 가오스왕 총감은 “현재 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현 단계에서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려고 했던 기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자 베트남 등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를 우회해왔다.
광둥성 산터우에 있는 한 의류업체 대표는 차이신에 “미국의 상호관세로 생산 공장을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이전하는 게 의미 없어졌다”면서 “현재는 모든 계획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계 2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GCL도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사 첫 해외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잠시 보류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가 중동 및 기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계획을 재개한다는 설명이다.
◆관세율 낮은 국가에 공장 건설 계획도
다만 베트남 등 일부 국가가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상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들에게도 호재다. 이들 국가들에 적용되는 관세가 중국보다 현저히 낮으면 공장 이전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관세 46% 폭탄을 맞은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까지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미국과 적극 협상에 나섰다. 가오 총감은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의 관세와 다른 국가들의 대응책이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튀르키예 등 비교적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은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의 튀르키예에 대한 관세는 10%로 상호관세 적용 대상국 중 가장 낮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UAE·오만·바레인·카타르 등도 각각 10%의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차이신은 “튀르키예에서 생산해 세계 양대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면 된다”고 짚었다.
한편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의 투신취안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연수원 원장은 “해외 진출은 여전히 국내(중국) 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베트남과 유럽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 등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 팔 수 없게 되더라도 유럽 및 다른 지역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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