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비공식 엘리트 조직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권력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승열 입법조사관이 발표한 '북한 엘리트 내 권력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룡해가 2017년 당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이후 그의 측근들이 당, 정, 군의 주요 직책에 대거 배치되며 권력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 조직지도부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실현하는 핵심 기관으로, '당 속의 당'으로 불리며 북한 권력 구조에서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담당한다.
보고서는 최룡해가 구축한 군 내 비공식 조직으로, 2012년 그가 총정치국장이던 시절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부총참모장,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지낸 리영길, 노광철, 김수길 등을 지목했다. 이들은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에 오른 이듬해 각각 총참모장(리영길), 인민무력상(노광철), 총정치국장(김수길)으로 임명되며 권력 중심에 섰다.
당내 비공식 조직으로는 박태성(내각총리), 정경택(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재룡(당 규율조사부장), 김덕훈(당 경제부장), 리히용(당 중앙위원회 비서), 리병철(당 중앙위원회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등이 언급됐다. 이들은 과거 중앙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최룡해의 후원으로 핵심 역할에 진출했다.
최룡해를 견제했던 김여정은 2020년 4월 국제사회에서 후계설이 제기된 후,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또 다른 견제 세력인 조용원은 제8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하며 당과 군 내 영향력을 넓히려 했으나, 최룡해의 강한 반발로 제약을 받았다. 최근 조용원의 활동은 '지방발전 20×10' 사업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청정치가 2017년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을 계기로 사실상 중단된 점에 주목했다. 예로, 2023년 간석지 침수 피해 복구 현장에서 김정은으로부터 ‘정치 미숙아’라는 비판을 받은 김덕훈 내각총리가 여전히 자리를 지켰으며,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지적받은 박태성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장이 추가 기회를 얻은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은 최룡해에게 객관적 권위를 부여하여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북한을 둘러싼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체제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룡해 중심의 권력 구조는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북한 권력 내부에서 지배엘리트 간의 경쟁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수령체제의 통치 원리, 즉 견제와 감시를 통한 통제를 오히려 제약하는 역설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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