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함선 건조시장 개방 가능성은 커졌지만 사업 수주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은 정부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부터 표류하고 있다. 양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내 방산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결성한 '함정 수출사업 원팀'이 함께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KDDX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자리다. 일각에선 분과위에서 관련 계획안이 상정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분과위 민간위원 6명이 수의계약에 강하게 반대하는 만큼 계획대로 24일에 분과위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방사청은 지난달 17일 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분과위에서도 KDDX 사업 방식을 논의하지 못했다. KDDX 사업 방식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입장차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고려해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중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KDDX 사업 참여업체로 양사를 모두 지정하면서 이지스함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갈등은 더 커졌다.
업계에선 KDDX 사업 성과에 따라 향후 조 단위 미국 이지스함 사업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양사가 더욱 물러서기 힘들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기껏 이뤄놓은 함정 수출 원팀이 무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원팀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개별적으로 글로벌 사업 수주에 나서지 말고 각자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해 수주전에 나서자는 취지에서 정부 주도로 설립됐다. 지난해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일본, 독일, 스페인 등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든 반면 한국 기업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고배를 마신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결성됐다.
다만 돈 되는 수상함 수출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발주가 적은 잠수함 수출 사업은 한화오션이 주도한다는 방침을 두고 업계에선 원팀 지속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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