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저를 떠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에게는 전혀 그런 염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은 허탈감과 좌절감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고 한다. 사저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 "어차피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몰고 온 국가적 혼란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7년 3월 헌재로부터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용하게 서울 삼성동 집으로 돌아간 것과도 대조되는 태도다.
윤 전 대통령의 '몰염치'한 태도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진행된 '내란' 형사 재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비상계엄이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계엄과 쿠데타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검찰 공소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떤 로직(논리)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탄핵 재판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자신의 '계몽령' 논리를 계속 고수했다.
공자(孔子)는 이렇게 말했다. "부끄러움을 알고 모르는 차이는 양심의 유무에서 온다"고. <논어>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고사가 있다. 공자가 어느 날 길 옆에서 대변을 보는 사내를 보자 함께 있던 제자를 시켜 그 사내를 자신에게 데려오게 한 뒤 호되게 꾸짖었고, 그 사내는 부끄러워하며 도망쳤다. 얼마 후 공자는 이번엔 길 한가운데서 대변을 보는 또 다른 사내를 만났는데, 이때 공자는 전처럼 화를 내지 않고 그 사내를 피해서 가자고 말했다. 제자가 이상하게 여겨 이유를 묻자 공자는 "길 옆에서 대변을 본 사내는 그나마 양심은 있어 가르치면 되지만 저놈은 아예 양심 자체가 없는데 무엇을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느냐"라고 답했다. 지극히 어리석고 못난 사람은 공자도 교화를 포기했던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1974년에 발표한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썼다. "나는 각종 학원의 아크릴 간판의 밀림 사이에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 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존재한다면 윤 전 대통령은 필히 등록했으면 한다. 부끄러움을 배우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국민의 울화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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