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찾았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엔비디아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한 가운데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과 협력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황 CEO가 17일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TI)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찾아 런훙빈 CCPTI 회장과 회담을 가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엔비디아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중국과 계속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 CEO가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당시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1월 19일에 엔비디아 베이징지사 춘제(설)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AI) 관련 연설을 하고, 이후 상하이도 방문한 바 있다.
이번 깜짝 방중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후 이뤄졌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에 H20을 수출할 경우 별도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또한 최근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날 미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의 ‘H20’과 AMD의 ‘MI308’을 비롯해 이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 및 경제 안보 보호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면서 수출통제 강화가 안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도 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자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H20은 미국이 2023년 10월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개시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내놓은 저사양 제품으로, 중국 수출이 가능했던 유일한 AI 칩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성능은 낮지만 중국 시장 내에서는 최첨단 수준의 칩이기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들은 대부분 이 칩에 의존해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1분기에 약 55억 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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