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의 C] 도자기 복원, 마음까지 어루만지다

  • ② 손 안의 보물

  • 도자기·문화유산 복원가 정수희 씨

  • SNS서 도자기 복원 프로젝트 추진

  • 수십년 역사 담긴 할머니 꿀단지 등

  • 소중한 물건 복원하는 일 알리고 파

 
정수희 도자기 문화유산 복원가
정수희 도자기·문화유산 복원가  [사진=정수희]

‘오래도록 곁을 지켜온, 특별한 사연이 담긴 도자기가 깨졌나요?’
 
도자기·문화유산 복원가 정수희. 그는 최근 '2025 도자기 복원 프로젝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펼쳤다. 국보급 유물도, 고가 도자기도 아니다. 복원 주인공은 누군가의 일상에서 함께한 것들이다. 그는 SNS를 통해 받은 다양한 도자기 사연 중 옹기접시 등 4점을 직접 선정해 정성 들여 복원했다. 도자기 수리를 넘어 기억을 복원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수희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과 ‘귀한 물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값싼 그릇일지 몰라도 어떤 이에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꿀단지를 생각해봐요. 할머니가 꿀물을 타주던 기억, 엄마가 물려받아 이사 갈 때마다 챙겨 다니던 모습 등이 그 안에 담겨 있죠. 그런데 꿀단지가 깨지면 할머니, 엄마, 나로 이어진 수십 년 역사가 사라지잖아요. 이러한 가치 있는 물건을 복원하는 일을 알리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미대를 나온 그는 22세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후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 보존처리 연구실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외국이 빼앗은 우리 것을 찾으려면 가방끈이 길어야 한다”는 스님 말씀이 뇌리에 박혀 있던 그는 프랑스 생활 15년을 마치고 2017년 귀국했다.

“세브르도자박물관에서 일할 때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도자기 복원을 배우러 오는데 한국에서는 안 오더군요. 와도 예산이나 매출만 묻고요. 반면 프랑스 연구진들은 ‘청자는 왜 이렇게 아름답냐’면서 한국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한국 도자기를 설명하는 프랑스어로 된 책은커녕 영어로 된 책도 없었어요.”
 
그는 “남의 나라에서 도자기를 복원할 때가 아니다”고 생각했다. 한국 도자기를 해외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로 출장온 이천시 공무원들 열정에 감동해 이천시 전문 임기제 공무원에 지원했다. 면접을 보려고 비행기를 타고 이천까지 날아갔고 합격했다. 3년만 머물려고 했지만 영영 눌러앉았다.
 
정수희는 우리 스스로가 전통기술, 문화, 정신을 깎아내리는 게 안타깝다. “일본을 욕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열광하잖아요. 일본의 전통기술, 전통의상, 전통소품, 고즈넉한 자연경관에 말이에요. 자세히 보면 그 근원은 한국 사람들이 가졌던 것들이죠. 도자기 그릇은 무겁다면서 플라스틱 그릇을 쓰면서 정작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것을 찾아요. 우리 정체성, 예술, 철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믹스매치해야 해요. ‘새것’만 찾는 한국 상황이 아쉬워요.”
 
정수희 복원가
정수희 도자기·문화유산 복원가는 '2025 도자기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수희]
 
정수희
정수희 도자기·문화유산 복원가 [사진=정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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