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며 건전성 회복이 어려워진 탓이다.
2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배포한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계열 카드사의 연체율은 모두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2.15%로 작년 동기(1.94%)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이는 하나카드가 출범한 이후인 2015년 1분기(2.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61%로 같은 기간 각각 0.30%포인트, 0.05%포인트 올랐다. 각각 2014년 말(1.57%), 2015년 말(1.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우리카드도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1.87%로 집계됐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증가한 것이 연체율 상승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 악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상환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서민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잔액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1월 말(42조731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말에는 다소 줄어든 42조3720억원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잔액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민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평균 금리도 이미 레고랜드 사태(14.84%)와 비슷한 15%에 육박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카드론 금리는 연 14.83%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며 2금융권으로 저신용자 대출이 몰리고 있는 데다가 올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카드사에서 리스크 관리와 대출 총량 조절을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에 이어 카드사에도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받았다.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진 카드사들은 올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며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46.5% 더 많은 903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충당금)을 쌓았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31% 더 많은 31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카드 충당금도 전년 대비 6.6% 늘어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지속되며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 유입 증가에 대응해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업권 전체가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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