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시내버스 노조의 혈세 갈취

  • "시민 볼모 삼은 임금 투쟁,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 "준공영제 악용하는 '버스기사 귀족'들, 서울시민이 분노한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또다시 도를 넘고 있다. 서울시와 버스운수업체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 이들은 8.2% 기본급 인상과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이라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들이밀고 있다. 만약 노조의 요구가 모두 관철된다면,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봉은 무려 7872만 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서울시 2급 공무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장급 고위공무원과 맞먹는 이 어처구니없는 연봉이 과연 버스 운전기사라는 직업과 부합하는가.

지금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시민 혈세로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 주는 구조다. 다시 말해, 버스회사는 경영적자가 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울시민, 납세자의 몫이 된다. 실제로 서울시가 메워주는 시내버스 적자 보전금은 매년 천문학적으로 쌓여가고 있으며, 이제 누적 부채는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노조는 마치 자신들이 공공을 위해 희생하는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파격적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내 버스기사는 무슨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시민의 발로서 성실히 일하는 것 자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직업에 대한 존중과 비상식적인 임금 인상 요구를 용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이 3500만~4000만원 수준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연봉 7872만원으로의 인상 요구는 너무 어처구니 없다. 서울시민 모두가 고액연봉자 버스기사의 임금인상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 분노를 부르는 것은 이들의 행태가 매번 '선거철'만 되면 반복된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둔 지방정부는 대중교통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게 된다. 버스 노조는 이런 약점을 악용해 협박하듯 임금 인상을 쟁취해 왔다. 서울시민들은 매번 '버스파업'이라는 공포를 담보로 한 볼모극에 끌려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 얼마나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전략인가.

또한,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대법원 판례 변경을 핑계 삼아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 변경은 '개별 사업장과의 합리적 협의'를 전제로 한다. 무조건 '기계적 적용'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의 임금체계는 오랫동안 상여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하루아침에 뜯어 고쳐 전체 인건비를 폭등시키라는 것은 버스회사를 넘어 서울시 전체 재정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와 사측이 임금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는 "사측이 임금체계 개편안을 정식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협상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본인들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걸면서 정작 '합리적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임금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쯤 되면 시민들은 물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노조인가" 시민을 위한 공공 교통을 주장하면서, 결국엔 본인들 주머니만 챙기겠다는 것인가.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 취업자 모두가 고통받은 지난 몇 년간에도, 버스 노조는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의 고통 위에, 자신들의 이익을 쌓아올렸다.

서울시는 이번 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준공영제라는 제도는 시민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특정 직업군의 특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서울시민의 혈세는 공공의 편익을 위해 사용돼야지, 일부 '버스 귀족'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소모되어선 안 된다.

노조는 자신들이 과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준법투쟁'이라는 미명 하에 시민의 출근길을 볼모 삼는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서울시도 비상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철 증편, 무료 셔틀버스 운행, 교통경찰 집중 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철저한 대응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준공영제 전반을 재점검하고, 민간 경쟁과 책임경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버스회사가 무능하면 퇴출될 수 있어야 하고, 버스 노조가 비상식을 고집하면 계약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철없는 버스 노조가 시민을 또다시 볼모 삼으려 한다면, 서울시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민들도 이제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진짜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세금을 빨아먹는 내부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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