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새 정부는 주택임대차제도 개혁부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헌법은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책임을 국가에 부여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3년 전체 가구 중 39%(866만 가구)는 주택을 임차하고 있다. 39%에 이르는 임대주택 거주 국민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제도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 

1981년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3회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임차인 주거안정과 임대보증금 보호의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땜질식 수정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80년대 당시 환경에서 고안한 것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통한 대항력, 우선변제권 보장이었다. 40여 년 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주택임대차제도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임대보증금은 임차인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한번 임대인 수중에 들어가면 이를 제때 돌려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임대인과 주택 모두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대개의 경우 새 임차인이 들어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삐끗하는 순간 임차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맡기고 임대주택으로만 그 반환을 담보하는 제도에서는 계속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임대인과 주택의 위험이 그대로 임차인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없는 것도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계 때문이다. 보증금이 임대인을 거쳐 갭투자 등 부동산투기에 사용되면서 주택가격과 보증금 상승의 악순환도 만들어지고 있다.

보증금 제때 돌려 받기는 부동산·법률 전문가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되었다. 계속되는 땜질식 처방은 임차인이 풀어야 할 새로운 함수를 추가하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 없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 받았다면 운이 좋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면서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진 지금의 제도를 유지하고, 이용하는 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 우선변제권, 보증보험 등 관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866만 가구가 2년마다 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 정신적 고통 비용까지 더하면 수백조 원에 이를 것이다. 

이제 오래되어 불편하고 위험한 주택임대차제도의 전면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쉽고 안전하면서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경제성장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임대인이 지정하는 기관의 금융상품에 납입하고, 임대인은 그 수익을 얻으며, 해당 금융기관이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증금이 주택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의해 담보되므로 우선변제권이 필요 없다. 목돈이 필요한 임대인은 우선변제권이 없는 임대주택의 담보대출로 마련할 수 있다. 사금융(私金融)이 제도권 금융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소유권과 사용권이 완전히 분리되므로 임차인은 주택이나 임대인의 위험을 걱정할 필요 없다. 전세사기 등 위험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근저당이 설정된 주택도 이제는 월세가 아니라 안전한 전세로 공급될 수 있다.  

전세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위험과 불편은 사라진다. 지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돌봄 서비스 등 지금 우리 사회가 새로 마주한 수요에 사용할 수 있다. 전세사기 걱정 없이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임대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면서 1058조원에 이른다고 하는 보증금을 부동산투기가 아니라 금융시장을 통해 산업자본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해지므로 경제 성장의 새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사용해서 위험하고 불편해진 지금의 제도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없다. 새 정부는 쉽고 안전하면서 기능적인 새 제도 도입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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