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대출을 내준 기업 중 부실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이 5년 새 1000곳 가까이 증가했다. 장기간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며 매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에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한편 불어나는 연체금은 자칫 은행에 ‘빚 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해 진행한 ‘기업신용위험상시평가’에서 부실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은 총 2622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1691곳 대비 5년 새 931곳(55.1%) 증가한 수치다.
기업신용위험상시평가는 은행이 대출을 내준 기업에 부실징후가 나타나면 정기신용평가 이외에 추가로 진행하는 평가다.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연중 수시로 시행한다. 재무와 경영, 영업, 현금흐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량적 평가를 하고, 이후 심사역이 모여 신용위험평가회의체를 연다.
이를 통해 상시평가 후 기업은 크게 네 개 등급으로 나뉜다. △정상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 △부실징후기업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 등이다. ‘정상’ 구분 외에는 사실상 부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문제는 정상 판단을 제외한 나머지 부실 리스크 기업 수가 2023년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작년이다. 2023년 2164곳이던 부실 리스크 기업은 지난해 458곳 더 늘었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당시에도 큰 폭(335곳) 증가한 바 있다.
그만큼 기업이 갚지 못한 대출금도 점차 불어나는 추세다. 실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 잔액은 2019년 1조7176억원에서 지난해 3조2243억원까지 증가했다. 은행이 기업 금융 지원 등을 위해 내줬던 자금이 ‘빚 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연체 잔액은 1조5378억원에서 3조224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이 1798억원에서 166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과 상반된다.
이처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리스크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건 지난 몇 년간 계속 악화한 경영환경 때문이다. 고금리, 고환율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고, 최근엔 내수부진까지 겹치며 기업들은 원금은 물론 이자도 상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빚을 상환할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상시평가 대상이 되는 기업 수 자체도 늘었다. 2019년 2155곳이었던 상시평가 기업 수는 지난해 2767곳으로 600여 곳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경영 악화로 신용등급이 나빠진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상황이 특히 많이 안 좋아지고 있다”며 “돈을 빌려준 은행에도 당연히 좋지 않은 신호인데, 연체금이 늘수록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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