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신경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적 관세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중국은 미국이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등 양국이 협상을 앞두고 기선 잡기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대중(對中) 관세 145%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협상 타결을 위해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토대 마련을 위해 중국과 협상 시 관세율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것과 대비된다.
중국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저녁 늦게 ‘현재 전 세계는 미국의 진정성과 성실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거듭된 입장 번복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양국 관계와 세계를 향해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면서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0일 스위스에서 관세 협상을 개시한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양국은 또 협상 성사를 위해 누가 먼저 ‘저자세’를 취했냐는 것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스위스 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최근 미국 고위 인사들이 관세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접촉 의사를 전달해 왔고,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신중하게 평가한 끝에 미국과의 협력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부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며, 미국의 촉구로 협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돌아가서 자신들의 문서를 다시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이 '좀비 마약' 펜타닐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기 원하는지 알기 위해 미국에 접촉하면서 양국 간 무역 협상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이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타결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일 오전 10시(한국시간 8일 오후 11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다”며, 이는 한 국가와의 "주요 무역 합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첫 번째 사례일 뿐이며 앞으로도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WSJ 등 외신들은 미국과 영국이 경제 협력을 위해 장기간 노력해 왔다며 미·영 무역협정이 우선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이번 협상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를 두고 “통상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와 낮은 관세 수준에 대한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이 직면한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이 주중 미국대사로 공식 취임했다. 홍콩 등 아시아에서 기업인으로 경력을 쌓아온 퍼듀 신임 대사는 미국 내 ‘중국통’ 인사로 대중 매파는 아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충성파로 꼽히는 만큼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퍼듀 신임 대사가 스위스 회담에 참석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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