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로봇 등 새로운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과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맞물리면서 중국 대표 기술 기업들의 재부상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와 홍콩 주식 거래 건수(매도+매수)는 7만12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4849건) 대비 3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거래량 확대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한 달간(4월 15일~5월 14일) 중학개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중국 전기차 대표주인 BYD로, 668만 달러(약 91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는 이른바 ‘테리픽10(Terrific 10)’이라 불리는 기술주들이 ‘중국판 M7’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리픽10은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프리덤의 제프 웨니거가 제시한 개념으로 샤오미, 알리바바, BYD, 텐센트, 메이퇀, SMIC, 지리차, 바이두, 넷이즈, 징둥닷컴 등 중국 대표 기술주 10곳이 포함됐다.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M7)’에 맞설 대항마로 꼽힌다.
테리픽10은 AI, 로봇, 반도체, 전기차 등 중국 정부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분야와 겹친다. 중국 정부는 AI, 반도체, 로봇 등 기술 자립과 첨단 제조 육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와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며 증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세 합의로 미·중 갈등 완화 신호가 나오고 있는 것도 투자 심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앞서 중국의 기술은 ‘고효율·저비용’ 생성형 AI 딥시크의 등장으로 재평가 국면을 맞았다. 과거 부동산 중심에서 첨단산업 중심으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탈바꿈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딥시크를 통해 두각을 드러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제조 2025’ ‘차세대 AI 발전 계획’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한 중국 정부는 과거 10년간 정책펀드를 통해 AI산업에 9120억 달러(1368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등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 BYD와 같은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도 성장할 수 있었으며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으로 탈바꿈 중이다.
증시 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7일 중국 금융당국 수장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금융정책 지원’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당국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발 경기 경착륙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발표안에는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를 비롯한 전통적인 부양책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친시장적인 정책까지 담겼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다시 한번 주식 시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소비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관세로 인해 전체 GDP 중 순수출 기여도의 퇴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올해 중국 정부의 선택지는 소비뿐”이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중국의 가계 자산에서 둘째로 비중이 높고 부동산 대비 상대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용이한 주식시장을 부양해 ‘금융 소득 증대→소비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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