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는 수도권 외곽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월세로는 돈을 모으기가 힘드니 일단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의 빌라라도 매입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부부가 동반으로 거주할 양호한 상태의 역세권 연립은 가격이 생각보다 꽤 높아서 대출 여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량리 거주 30대 A씨)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공급이 여전히 감소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늘면서 빌라 시장의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준공과 인허가 등에서 공급이 크게 줄어든 서울에서는 이미 올해 들어 빌라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내 빌라(다세대·연립)의 준공 물량은 2175건으로 직전 지난해 4분기(2650건)보다도 17.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수도권의 착공 물량(3371건)과 비교하면 35.4%나 줄어든 것이다. 2023년 1분기(8852건)와 비교하면 2년 새 무려 75% 넘게 준공 물량이 쪼그라들었다.

서울의 빌라 준공 물량 역시 올해 1분기 1122건에 그쳐 직전 분기(1231건) 대비 8.8%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해 1분기(1491건)와 2023년 1분기(3789건) 대비 각각 24.7%, 70.3%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 수도권의 빌라 착공 물량 역시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도권 빌라 착공 물량은 2257건으로 이는 지난해 동분기(1858건)보다는 많지만 2023년 1분기(3513건)과 비교하면 35.7% 감소한 물량이다. 서울 역시 올 1분기 착공 물량이 998건을 기록해 2023년 1분기 1762건 대비 43.3%나 줄었다.
이런 급감세는 향후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의 빌라 인허가 물량은 2724가구다. 지난해 1분기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2023년 1분기(3691건)나 2022년 1분기(9351건)보다는 크게 뒤떨어지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8·8 대책’ 등을 통해 빌라 등 매입 시 주택 수 제외 혜택 일몰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비아파트 범주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인허가 물량 부족으로 시장의 공급 물량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젊은 층의 비아파트 시장 유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공급 위축이 지속될 경우, 수도권 일대 주거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1~4월)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을 구입한 20·30대는 총 8732명으로 전년 동기(7064명) 대비 23.6%나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302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304건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1.3%나 늘었다.
준공과 인허가 등의 공급 위축이 장기간 이어지며 서울을 중심으로 빌라 가격도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빌라의 가구당 평균 거래는 3억7300여만원으로, 2020년(2억9100여만원)보다 8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실거래 지수 역시 인허가 감소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올해부터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05% 상승해 3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3월 상승 폭은 2022년 6월(2.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고금리 여파로 2023년부터 공급이 크게 줄어 다세대 물량이 시장 호황기 기준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비아파트 수요가 고점 대비 총량과 비교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 없지만 인허가와 착공의 절대 물량 자체가 너무 많이 감소해 향후 공급 측면에서 신축 부족 이슈가 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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