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침묵 속에 법정을 오간 그날, 법정 안에서는 계엄군 지휘관의 육성으로 “의원을 끌어내라”,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라”는 명령이 녹취로 재생됐다. 그 지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는 군 지휘관의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오전 10시 15분 시작돼 오후 6시 20분경까지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지상 출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려 포토라인을 지나 법정으로 직행했다. “비상계엄 사과할 생각은 없는가”, “국민께 할 말은?”, “검찰의 비화폰 압수수색 요구는 어떻게 보나” 등 쏟아진 질문에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퇴정할 때도, 점심 휴정 중에도, 법정 내에서도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법정 내부는 달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현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은 계엄 당시 국회 출동 지시를 받은 지휘관이다. 이 전 여단장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그 발언이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해됐느냐”고 묻자, 이 전 여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부하 대대장에게 “국회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 투표를 못 하게 하라”고 지시한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또한, 이 전 여단장이 김형기 제1특전대대장에게 “대통령님이 문 부수고 끌어내라 했다. 전기 끊을 수 없느냐”고 말한 통화 내용도 소개됐다. 이 전 여단장은 “이 지시가 정상적 군사작전이 아닌 것을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내가 뭔가 잘못된 작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비화폰 통화기록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경찰이 이미 일부 서버 기록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계엄 실행 시점과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목적으로 비화폰을 보급한 게 아니며, 오히려 검찰이 통신기록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전 여단장이 작성한 수첩도 증거로 제시됐다. 수첩에는 “VIP 지시로 문을 부수고 의원 해산”이라는 취지의 기록이 담겼다. 그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한 것”이라며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받은 지시를 윤 전 대통령 지시로 이해하고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전후로 네 차례 포토라인에 섰으나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차량에 오르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취재진에게는 손짓으로 거리를 요청했다.
한편 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을 주도한 윤석열을 즉각 재구속하라”며 재판 공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10일간 3만5천명의 온라인 서명을 받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은 6월 9일, 제21대 대선 이후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전 여단장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이 예정돼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1
0 / 300
-
kwo**** 2025-05-26 23:08:15이번 대선은 헌정수호세력과 내란세력 중 누가 정권을 잡고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하는 하는지 선택하는 주권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