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산 반도체 제품을 수십억 달러(수조원)어치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수입액은 최고 1조엔(약 9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으며, 엔비디아 제품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센터(DC)용 반도체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자국 정보통신(IT) 기업이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미국 측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웨이퍼 및 화학물질 등의 미국 현지 생산 지원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같은 제안을 통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5억달러(약 94조원)에 달해 일본이 제안했다는 반도체 구매는 적자액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농산물 수입 확대, 자동차 수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조선 분야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국가별 상호 관세(일본은 14%)에 대해서만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동차 관세 등 품목별 관세 조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은 개발·설계에 강점이 있지만, 생산은 주로 대만 위탁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과의 긴장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일본도 이에 호응해 미국 내 생산 인프라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일본과 미국이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안보 확보로 이어진다는 점을 양국이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 중 약 30%는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만큼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를 협상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큰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29일 미국으로 출국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등과 4차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NHK는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해를 얻기 위해 추가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다음 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에 맞춰 미국 각료와 다시 협상한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내달 중순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에서 일정 부분 합의 도출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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