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의 주민지원금 지급을 두고, 지급 대상자가 사전에 명확한 권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인 지급결정이 있어야만 청구권이 생긴다는 행정소송 법리의 기본 원칙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임현준)는 전주시 삼천동 인근 폐기물처리시설 관련 주민지원금의 100% 지급을 요구하며 전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원고 A씨의 부당이득반환청구 행정소송에서 청구 대부분을 각하했다.
A씨는 전주시 리사이클링타운 반경 300m 이내에 위치한 ‘주변영향지역’ 내 세입자로, 과거 주민지원협의체로부터 2017년도 지원금 중 50%인 1150만 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원금을 세입자에게만 절반만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주시에 100%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지원금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 대상 지역의 주민을 위해 설치·운영되는 제도다. 다만 해당 지역 주민협의체는 세입자에게는 소유주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절반만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전주시도 이에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청구에 대해 “구체적인 권리 없이 제기된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청구 자체를 각하했다. 특히 “행정기관의 지급 결정이 있어야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항고소송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재산권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주민협의체 결정에 반대하거나 이의신청을 거쳐 전주시의 공식 결정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원금의 일부만 지급됐더라도, 전주시의 지급 결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민사상 반환청구도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함께 청구한 2023년도 지원금 일부에 대해서는 청구권이 인정됐다. 해당 청구는 전주시의 서류 송달을 통해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돼, 시는 약 1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