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익사이팅 서울 25] 기록을 전시하는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사진안수교 기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에서 진행 중인 전시 모습. [사진=안수교 기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규모 갤러리와 예술가 작업실이 즐비한 이곳에 기록과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바로 그곳이다.

서울시는 현대미술 관련 중요한 자료와 기록을 수집·보존·연구하고 전시하는 아카이브 전문 공간으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2021년 12월 개관했다. 이곳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이 아니라 작품의 이면에 담긴 창작 과정과 흔적을 함께 기록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기록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라는 수식어처럼 작가의 손글씨 메모, 미완성 드로잉, 촬영되지 않은 필름 같은 자료들이 전시 콘텐츠로 소개된다.

지난달 방문한 시립미술 아카이브에서 모음동에선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작가 권은비, 김아영, 임흥순 등 7명의 작업과 더불어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실제 자료가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이 전시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이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행위가 아닌 지금의 사회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살아 있는 실천’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 작품마다 완성 이전의 아이디어 형성과 발전 과정, 제작 의도, 당시 상황 등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안수교 기자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듬동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사진=안수교 기자]


전시장 밖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도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 출판사와 작가들이 제작한 전시도록, 아티스트 북, 독립출판물 등 미술 전문도서 4500여 권이 감각적으로 비치돼 있었다. 높은 천장에 탁 트인 공간 속 50석 규모 라운지에는 방문객 10여 명이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등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음동 3층에 위치한 리서치랩은 미술아카이브의 중심 공간으로 5만7000여 건에 달하는 소장 자료 원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또 다른 공간 배움동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다목적홀이 들어선 나눔동에서는 각종 학술 행사와 공연 등 공공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건물과 연결된 외부 공간과 옥상 정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됐다. 별도 출입구 없이 마을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어 동네 주민에게는 쉼터이자 산책길, 예술 향유 공간이 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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