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 韓수출기업, 美관세 속 물류비 악몽까지 '첩첩산중'

  • 홍해 사태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 삼성·LG 등 수출산업 '물류대란' 악몽 재현

  • 관세 강도 높이는 트럼프… 원가 압박 가중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한국 제조업이 미국 관세 정책에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경영진들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과 LG는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 '물류비 악몽'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방송 IRINN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충돌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와 석유가 하루에 약 2000만배럴 통과한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해상운임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23년 말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점령하며 글로벌 해상운임이 한 차례 급등한 사례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운반비는 2조9602억원으로 전년(1조7216억원) 대비 71.9% 급증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16.8% 증가하며 3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 측은 연초 2024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물류비가 홍해 사태로 또 다시 증가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항만 적체와 항로 통항 차질 등으로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해운수요가 급등하면 항만 적체가 다시 심화되는 악순환에 의해 해상운임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2021년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 사태, 2023년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 등으로 전 세계가 용선복량이 감소한 시기에 해상운임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을 통상 중장기로 체결하는 만큼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물류비 변동 흐름을 체크하고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운임 상승은 항공 운송 전환 등 대체수단 확보가 어려운 석유제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다른 수출산업에도 비상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사우디아라비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효과로 늘어난 기계·철강 수출 등 중동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고, 에너지 자원 등 수입 부담은 늘면서 무역 수지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관세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이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강업계에 부과된 미국의 50% 관세도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으로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기업들은 미국에서 세탁기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한국과 멕시코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만큼 이번 관세 부과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한국 가전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철강 관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고 있다"며 "원가 인상 부담 등에 따라 가격 인상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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